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이어령님의 시 한편

핼로60 2007. 2. 13. 14:15

  

 

          도끼 한자루 

 

                                                    -이어령-

 

 

  보아라, 파란 정맥만 남은 아버지의 두 손에는

 도끼가 없다.

  지금 분노의 눈을 뜨고 대문을 지키고 섰지만

 너희들을 지킬 도끼가 없다.

 

  어둠 속에서 너희들을 끌어안는 팔뚝에 힘이 없다고

 겁먹지마라.

  사냥감을 놓치고 몰래 돌아와 훌쩍거리는

 아버지를 비웃지 마라.

  다시한번 도끼를 잡는 날을 볼 것이다.

 

  2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날 때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던 최초의 돌도끼.

  멨돼지를 잡던 그 도끼날로 이제 너희들을 가로막는

 이념의 칡너쿨을 찍어 새 길을 열 것이다.

 

 컸다고 아버지의 손을 놓지 말거라

 였날 나들이 길에서 처럼 아버지의 손을 꼭 잡거라

그래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차린, 저녁상 앞에 앚을 수 있다.

 

  등불을 켜놓고 보자

  너희 얼굴 너희 어머니 그 옆 빈자리에

  아버지가 않는다.

  수염 기르고 돌아온 너희 아버지의

  도끼 한자루

 

 

 

 

   

출처 : 한성아파트입주자모임
글쓴이 : 핼로 원글보기
메모 :